스카이림 번역보관소


모드 번역을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를 되돌아보면 툴을 다루는 법도 잘 모르고 답없는 왈도체에 퀄리티가 엉망진창이었는데, 이짓도 오래 하다 보니 점점 요령도 생기고 조금씩 자연스러워져 가는 것 같네요. 번역하면서 영어 읽는 것도 조금 수월해지고 저도 얻은 게 많습니다.


원래 이 블로그를 만든 건 쌓여가는 번역 자료를 관리하려는 저장 창고의 목적이었어요. 카페에 올리면 카페 시스템상 내글만 찾아 관리하기가 힘들어서, 처음엔 그냥 블로그에 자료만 올리고 말 생각이었는데 점점 글마다 설명도 추가되고 스샷도 올리고 뭔가 '관리'를 해야 되는 블로그가 되어가네요. 이제는 카페나 다른 곳에 올리지 말고 블로그에만 올리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굳이 카페에 한글화 자료를 또 올리게 되는 건, 직접 올리지 않으면 누군가 불펌을 해서 자기 자료인양 행세하는 사람이 꼭 나오기 때문이에요. 처음 엘더7 카페에 자료를 올리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일이 있어서였고, 그뒤로도 그런 일이 몇번 있었고, 오늘 또 그런 걸 보니까 한숨이 나와서 넋두리를 해봅니다. 그런 거 신경쓰지 말자, 어차피 대가 바라고 시작한 일도 아니고 남들 잘 써주기만 하면 그만 아닌가, 하고 마음을 추스르다가도 생각하면 다시 또 화가 나고 그러네요. 아직 수양이 부족해서 그렇겠죠. 모드를 만드는 제작자나 메인 한글패치를 만들고 검수하고 업데이트하는 ofam님, 말미르님같은 분들은 더 힘든 일을 하고도 그만한 인정은 받지 못하고 되려 불평만 듣는 경우도 많으니, 저로서는 명함을 내밀 처지가 못되는 걸 압니다. 그래도 가끔은 마음이 좀 복잡해져요. 몇번이나 말해도 말이 안통하고 되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se150님같은 사람을 보면요.


왜 잠도 못자가며 번역을 계속해야 되나, 어차피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할 텐데, 스크립트 하나하나 열어서 번역하는 것도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을 때면 그냥 관두고 싶다가도, 그래도 결국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 재미가 없을 때까지는 계속 하자'는 결론을 내립니다. 요 몇달간은 계속 이런 흐름의 반복이에요. 그만둘까 -> 재미있으니까 계속하자 -> 그만둘까 -> 재미있으니까 계속하자 -> 그래도 그만둘까 -> 그래도 아직은 재밌다. 그러니 계속하자. 


심즈나 모로윈드, 오블리비언에서도 모드를 만들어 배포할 때는 크레딧만 지켜주면 남들이 자료를 수정 재배포해도 아무 상관 없었고, (사실 크레딧을 안지켜도) 뭐 내 자료가 맘에 드나보다 하고 쉽게 넘길 수 있었는데(아니었나? 그랬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번역은 그렇게 '쿨'하게가 안되네요. 왜 다를까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전 게임들에서 그랬듯이 재미가 없어져서 관둘 때까지는 이짓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그저 조금만 더 신경쓸 일이 줄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심란해질 때마다 어차피 똑같은 결론을 내릴 거란 것을 환기하고자 이 글을 남겨봅니다. 재미가 없어질 때까지는 그냥 계속하면 된다라는 것을요.




아직은 재밌다. 그러니 계속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