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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로어리의 일지

2016. 7. 13. 13:20 - renn



로어리의 일지




The Dark Brotherhood Resurrection 中





133년, 첫번째 파종 4일


새로운 직업이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마법을 연구할 나만의 장소가 주어지고, 매일같이 신선한 인간으로 배울 채울 수 있다. 게다가 신도들은 내가 원하는 때면 언제나 노예를 고문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다! 그 보답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검은 소울젬을 제조하는 것뿐이다. 나의 옛 스승 휘하에서 시체마법을 배울 때만 해도 특급 소울젬 열 개 정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살인도 불사할 심산이었는데, 이제 매주마다 그만한 양을 만지고 있다니! 그 드래곤이 내게 노예가 되든지 죽든지 양자택일하라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그의 노예가 되는 것이 이다지도 멋진 일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133년, 비의 손 2일


매주 운송되는 특급 소울젬의 양이 두 배가 되었다. 이제 나는 매주마다 검은 소울젬을 이십 여개씩 만들어내고 있다. 온종일 언데드 그림자 사이에서 소울젬을 제조하느라 눈코뜰 새가 없다. 일은 힘들고 고되지만 여전히 내게는 7일의 휴가가 남아있다. 그 기간에는 그저 피를 즐기며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 이 거대한 광산, 혹은 동굴이라 불러야 할지 여전히 애매하지만, 아무튼 이곳을 광신도들은 그냥 '본부'라 칭하고 있다. 그동안 둘러본 곳보다 아직도 훨씬 더 깊은 지역이 남아있을 거라 확신하지만, 드래곤 광신도들은 내가 연구실 이상 넘어가는 것을 허락치 않는다.



133년, 연앙 14일


어제 용병 하나가 아래층에서 몰래 염탐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의 피맛으로 보아 정기적으로 사슴고기를 섭취했던 것이 분명하다. 



133년, 태양의 황혼 25일


오늘 저장실로 들어섰을 때 하마터면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다. 검은 소울젬 수십여 개가 사라져 있었기에 그 즉시 도난신고를 하러 달려갔다. 하지만 드래곤 사제가 말하기를 허가에 의해 소울젬이 매매되어 현재는 '현장에서' 사용 중이라고 한다. 나는 사전에 미리 통고를 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의 항의를 내비쳤다. 오랜 논쟁 끝에 그는 앞으로 저장목록은 서면으로 작성될 것이며, 지금부터 있을 모든 매매 허가에 대한 권한은 바로 내가 맡게 될 것이라 다짐해 주었다.



134년, 첫번째 파종 17일


새로운 기획을 맡아 담당하게 되었다. 광신도들의 지도자들이 나와 만남을 갖고 그 일에 대해 논의를 나눴다.

지금까지 알게 된 바에 의하면 우리는 수십여 구의 노예 시체를 보관할 거대한 저장실을 만드는 중이다. 나는 방부처리, 시신보존 임무와 더불어 (이것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인데) 각각의 시체를 영혼이 채워진 검은 소울젬으로 조심스럽게 감싸는 일을 맡게 되었다. 광신도들은 어리석고 순진하기에 그들의 주인이 왜 그러한 명령을 내리는지 전혀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자기 몸무게의 소금만큼이나 가치있는 제대로 된 네크로맨서라면 누구라도 여기서 벌어지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할 것이다. 시체가 정확히 배열되기만 한다면, (그리고 내가 본 그들의 계획에 따르면) 누군가 주문을 살짝 속삭이기만 해도 그 즉시 휘하에 언데드 군단을 거느릴 수 있게 된다. 내 생각에 아마도 그 드래곤은 살아있는 필멸자들의 군대에 의존하는 것이 지긋지긋해져서 대비책으로 죽지 않는 군대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134년, 비의 손 18일


이 일은 뱀파이어에게는 천국과도 같다. 내게 주어지는 대부분의 몸은 신선하고, 방부의 선행작업으로 온몸의 피가 완전히 고갈되어야 하기에 뱀파이어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다. 특수한 배수시설도 갖춰져 있지만 나는 대개 먼저 맛을 음미해 본다. 이제는 최고의 피들만 병 속에 따로 담아 보관하기 시작했다. 요전날에는 처녀가 배달되어 왔는데, 그 순수한 소녀의 젖과 꿀이 흐르는 피 한 방울조차 버리기 아까운 바람에 용병들에게 사정하여 오래된 벌꿀술 병을 하나 구해야만 했다.



134년, 두번째 파종 8일


이 일은 네크로맨서에게는 천국과도 같다. 몇년 전만 해도 나는 시체 하나를 갖고 전전긍긍하며 의식을 펼치느라 고생했는데, 이제는 수백이나 되는 시체의 산에 둘러싸여 있다. 오늘 아침에는 한 노인의 장기를 제거하면서 너무나 행복감에 겨워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내가 인간이길 포기한 이후로 눈물을 흘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4년, 태양의 절정 4일


오늘은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그 위대한 황금 드래곤을 개인적으로 접견한 지 이제 두 해가 되어간다. 그러나 오늘에서야 비로소 나는 드래곤 사제가 이끄는 손을 따라 광산의 낮은 층을 지나 그의 주인의 은신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드래곤은 신비한 마법부여 하나를  설명하면서 그것이 실행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의 서술을 통해 파악해낸 마법의 정체는 망자를 죽음으로부터 다시 온전히 부활시키는 소생 주문이었다. 그의 화염 숨결 한 방만 스쳐도 나의 피에 굶주린 몸뚱아리는 잘 익은 스키버 꼴이 될 것이 뻔했기에, 나는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또 골랐다. 그 주문에는 보통 두 개의 가득 찬 검은 소울젬이 필요하고, 망자를 불러오는 데는 두 개의 영혼이 소모되며, 그것은 대개 필멸자의 영혼이 된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그전까지 나는 드래곤의 영혼을 소울젬에 담는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윽고 드래곤의 웃음소리가 날 기겁하게 만들었다. 그는 하인들로 하여금 벌거벗은 채 사슬로 결박된 노드 처녀 하나를 데리고 오게 했다. "이 여자는" 나의 주인께서 말씀하셨다. "드래곤을 두 마리 죽인 적이 있다." 나는 놀라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세상에 감히 어떤 필멸자가,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불멸의 드래곤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나의 혼란스러운 생각을 읽은 듯 그분께서 설명하셨다. "이 필멸자가 특별하기에 가능한 것일 뿐이니라. 이 여자는 드래곤의 정수를 흡수할 수 있느니. 따라서 그대가 이 여자의 영혼을 소울젬에 담으면, 동시에 두 개의 드래곤 영혼이 함께 담기게 되는 것이다." 보아하니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던 모양인 드래곤 사제가 이어 말하기를, "우리의 군주이신 유본께서 말씀하셨도다! 그 은혜에 무엇이라 답하겠느냐?"

나는 위대한 야수 앞에서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주문을 읊음과 동시에 단검을 그 여인의 심장에 찔러넣었다. 순간 코를 찌르는 피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굶주림이 솟구쳐 올라왔다. 나는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이빨을 꽂아넣으며 그 충만한 힘을 맛보고,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빛을 느꼈다. 이 여인의 피는 마법과도 같았다. 마치 내 몸 본래의 것인양 나의 정신을 일깨우고 매지카의 본질과 진실의 구조에 맞닿게 했다. 그녀의 몸을 떠난 영혼의 파편이 나의 감각을 현실로 다시 불러들였고, 손 안의 검은 소울젬 안에서 보랏빛 소용돌이가 넘치는 힘을 사방에 뿜고 있었다. 나는 입을 닦아낸 뒤 드래곤을 향해 고개를 들고 그가 실로 흐뭇해하는 것을 보았다. 그가 만족감에 취해있는 동안을 노려 안좋은 소식을 전해야 했다. 죽음의 신을 속이는 자는 반드시 뼈를 제물로 바쳐야 하며, 그에 따라 전통적인 방법은 사지 중 하나를 절단하는 것인데, 대개 발가락이나 손가락처럼 작은 부분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그 위대한 도마뱀은 한순간 멈칫하다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그 자신의 비늘을 쪼개기 시작하더니, 발톱뼈를 감싸고 있는 비늘을 찢고 부순 뒤 그 뼈를 뽑아내어 내 바로 앞에 떨어뜨렸다. 그 순간에는 우리 둘 사이에 실로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 이전에는 그를 '그들의 주인'이라 칭했을지 모르나, 지금부터는 그분을 '나의 주인'이라 부르고 싶다.



134년, 태양의 절정 5일


나는 전생애에 걸쳐 숱한 무기에 마법을 부여해 왔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넘쳐흐르는 힘의 드래곤 소울젬과 강력한 소환주문을 사용하여 드래곤 뼈에 마법을 부여하는 것과 견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전형적인 마법부여 진행과정 동안에는 소울젬과 물품 사이에서 작은 전기불꽃이 한두 번 정도 반짝일 뿐이지만, 드래곤 뼈의 경우에는 동굴 전체에 모든 이의 눈을 멀게 만들 만큼 강력한 빛의 폭발이 일어난다!



134년, 태양의 절정 23일


신도들은 나의 사무실 아래 거대한 보안장치를 설치하느라 여념이 없다. 주인께서는 몇가지 이유 때문에 소울젬을 금고 안에 보관하기를 원하신다. 공사의 소음을 피해서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윗층에서 용병들과 함께 보내고 있다. 그들은 거리의 노드 폭동과 드래곤 살육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고, 본부의 보안이 점점 빡빡해지고 있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134년, 마지막 파종 4일


그 영리한 드워븐 기계장치는 매지카 조합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것을 열려면 4가지 주문을 정확한 순서대로 시전해야 한다. 그런 '마법적인 도전'을 위한 신도들 용으로 수많은 마법 두루마리 주문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134년, 서릿발 22일


'언데드 군단 기획'이 오늘 드디어 매듭지어졌다. 일이 끝나고 나니 약간 아쉬운 기분이 든다. 주인께서 다음에 내리실 명령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135년, 태양의 여명 28일


용병 전원이 해고되고 신도들이 윗층 청소를 마무리지었다. 이 동굴벽 밖의 용병들은 노드들이 드래곤족에 대항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135년, 비의 손 30일


오늘 대지가 진동했다. 스카이림에서 사는 이라면 가끔씩 산이 흔들리는 경험은 익숙하지만, 지하에 있으면 그 두려움이 더욱 커진다. 금고가 무너져 내렸지만 아직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135년, 두번째 파종 26일


특급 소울젬 운송이 중지되었다. 신도들은 영문을 모르겠다고 한다.



135년, 연앙 14일


오늘 일어나보니 동굴이 텅 비어있었다. 단 한 명의 신도도 눈에 띄지 않는다. 나의 주인의 모습조차 뵐 수 없는데, 아마 날아가버리신 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동굴 전체가 이제 내 차지다!



135년, 연앙 16일


여전히 나 혼자의 세상이다. 신도들이 떠난 뒤로는 인간 고기를 먹어보지 못했다. 다행인 점은 나의 혈액 수집품이 대안이 돼주고 있다는 것이다. 내 계산으로는 남은 혈액으로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안에 분명 누군가가 돌아올 거라 확신한다.



135년, 연앙 30일


오늘 드래곤 사제 하나가 나를 깨웠다. 그는 몹시 흥분한 상태로 유본 타피르께서 살해당하셨다고 미친놈처럼 소리질렀다. 그리고는 내게 드래곤 뼈를 집어던지면서 부여된 마법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알아내라고 추궁했다. 그것은 내가 주인님의 거처 중 하나에 묻어두었던 것인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그가 어떻게 그 뼈를 얻은 것인지 물어보니, 그들이 동굴을 떠날 때 손에 넣었다고 한다. 나는 그 등신을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여버렸다. 그 병신 천치 머저리같은 새끼가. 그 뼈를 파내면 주문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도 몰랐던 천하에 버러지같은 놈. 쏟아지는 눈물로 흐릿한 시야 속에서 나는 매장 봉분으로 달려가 그것을 되돌려 놓으려고 시도했다. 통곡 속에서 주문을 읊으며 나의 주인님을 되살려 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무엇도, 그 어떤 것도,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갔다.



135년, 태양의 절정 2일


오늘 탈출을 시도해 보았지만, 내가 갇혀버렸다는 사실만을 깨닫게 되었다. 동굴의 입구가 무너져있었던 것이다. 요전날의 드래곤 사제는 안으로 들어올 때 마법을 사용한 모양이다. 아아 내가 텔레포트 마법만 쓸 수 있었다면! 내가 그 사제를 죽이지만 않았더라면...



135년, 태양의 절정 16일


혈액이 딱 한 병 남았다. 처녀의 피의 원본이다. 나는 이것을 특별한 상황을 위해 아껴두고 있었다.



135년, 태양의 절정 19일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간다. 나는 통제력을 잃고 있다. 이곳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생각하는 것이 점점 힘들다.



135년, 태양의 절정 20일


언데드! 과연 그렇지! 그들이 날 이곳에서 파내줄 수 있을 거야! 왜 도대체 왜 여태 이 생각을 못했을까?

그 조합은... 아뿔싸, 조합이 뭐였더라? 야이 망할놈의 세상 전부 오블리비언에나 떨어져 버려라! 첫번째는 불화살이란 건 알겠는데, 마지막은 아마 진정 주문이었을 거야...



135년, 태양의 절정 21일


가망이 없다. 내가 가진 모든 마법 두루마리를 써서 조합을 알아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더이상 주문을 쓸 여력조차 없다.



135년, 태양의 절정의 어느날


피 피 피. 아카토쉬여 제발 내게 피를 피를 주세요. 피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피를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난 단지 피를 조금 원했기 때문에 피를 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피하지 못하고 실패해 버렸다.


배고픔으로 몸이 타들 어  간  다




제4시대 201년 ??


오늘은 참 기묘한 날이다. 아침까지만 해도 나는 펜 하나를 손에 쥐지도 못하고 셀 수도 없었는데. 그리고는 사내 두 명이 내 사무실로 걸어 들어왔다. 그 즉시 한 놈을 먹어치웠다. 다른 놈은 그저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뭔가 기대에 찬 듯했다. 일단 갈증을 해소하고 난 뒤에 나는 비로소 다시 사고가 가능해졌고, 남은 놈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이렇게 엄청난 소식이 있을 줄이야! 드래곤들이 다시 돌아오신단다! 유본 타피르께서 다시 부활하셨단다! 나는 그자에게 군단은 준비되어 있으며 소울젬은 저장고에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다가, 내가 방들을 보여주니 굉장히 기뻐했다. 신앙이 돌아오고, 주인님이 돌아오고, 내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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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드가 아직 드래곤의 지배를 받던 신화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오랜 세월 끝에 깨어났지만 조만간 도바킨에게 끔살당하게 될 줄도 모르고 기쁨에 차 있는 흑마법사가 가련하기도 하네요. 유본 타피르와 흑마법사의 수백 수천년의 노력이 다시 허무로 돌아갈 겁니다. 창조와 파괴를 반복하면서 역사는 어디로 흘러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