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삼중의 비극 제3권: 베인 (Sands of Time)

베인에 대한 이야기는 리버우드의 잠자는 여관 방에 있습니다.

삼중의 비극: 팔밀가 집안의 이야기 3부작

제 3부, 배신

웨일이 그의 형인 발톤과 떨어져 있은 지도 꽤 되었다. 형은 그의 표현대로 '머리를 비우기 위해서'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28번째 생일을 맞은 그의 형은 그 나이대의 젊은이라면 누구나가 그렇듯이 여생을 함께 보낼 동반자를 원하고 있었다. 웨일은 형보다는 좀더 모험가가 적성에 맞는 타입이었고, 정착해서 가정을 꾸리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지만 형의 결정을 존중했다. 그들이 함께 살며 사냥을 한 지도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고, 그에 앞선 10년간은 날마다 함께 훈련을 해왔다. 그는 형이 지친 이유를 이해했다. 그는 또한 형이 고민하는 문제가 무엇이든지간에 형은 팔밀가의 사냥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결국 위안을 구하러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의 형제가 있는 곳이 곧 그들의 집이었다. 어린 시절 그들이 겪었던 상실감은 너무나 강렬했고, 기분이 우울할 때면 그들은 서로의 존재에서 힘을 되찾곤 했다. 그리고 둘이 다시 함께 하게 되는 그때, 그들은 밤의 피조물들을 함께 사냥할 것이었다.

웨일은 윈드헬름 근처 북쪽에 차려진 야영지에서 신입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컴패니언'이라 알려진 그 노드 무리는 흉포하기로 이름이 높았는데, 그것이 웨일의 흥미를 끌었다. 그의 형 발톤이 자아를 재발견하러 서쪽으로 떠나 있는 동안 (그것은 결국 대학살로 이어지게 된다), 그는 북쪽 윈드헬름으로 가서 그 집단을 찾았다. 그는 그의 집안이 밤의 존재들을 사냥할 운명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스스로의 모험을 막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과연 얼마나 되었던가.

밤 공기는 차가웠고 부드러운 안개가 마을 밖을 뒤덮고 있었다. 꿰뚫는 듯한 노란 눈이 작은 마을을 강렬하게 응시했다.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야수의 숨결은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그것은 발밑의 잔가지를 부스러뜨리며 표적을 향해 천천히 접근했다. 늦은 시간에 어린 소녀가 밖에 나와 아버지가 잡아다준 토끼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작은 털달린 생명체와 놀고 있는 아이의 머리 위로 갑자기 어둠이 내려왔고, 그녀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찢어지는 비명이 그 작은 마을 전체에 울려퍼졌다. 당황한 마을 주민들이 집밖으로 뛰쳐나와 그 끔찍한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다. 사람들이 빙 둘러 모인 곳에는 피가 흩뿌려진 토끼 우리와 그 옆에 피투성이의 드레스가 떨어져 있었다. 그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의 것이었다. 모여있는 사람들 뒤에서 나이든 여인 하나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더니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큰 소리로 흐느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망연자실해 있었다. 달리 어찌할 방법을 몰랐던 마을 사람들은 여인과 그 남편에게 천천히 다가가 각자 위로의 말을 건넸다.

며칠 뒤 카인즈그로브의 그 조용한 마을에 20대 중반의 탄탄한 근육질인 남자가 말을 타고 나타났다. 사람들의 눈은 푸른빛을 띤 강철 방어구를 입고 마치 성기사처럼 보이는 그를 향해 머물렀다.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눈이 부셨다. 당당하게 말을 탄 성기사처럼 보이는 그에게서는 자신감에 찬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길을 가로막고 나타난 상심 가득한 한 노인을 보고 말을 멈춰세웠다. "무슨 일입니까, 노인장?"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웨일이 물었다. "당신은 용병 아니면 할 일을 찾는 모험가로 보이는구려. 어쨌든 실력 있는 분 같으니 관심이 있다면 당신에게 의뢰할 일이 있소." 노인이 말했다. "의뢰하시는 분 성함은 뭐고, 의뢰 내용은 뭡니까?" 웨일이 물었다. "내 이름은 고렌스 아그문드라고 하외다. 나는 사냥꾼을 찾고 있소. 얼마 전에 우리 마을에 늑대인간 하나가 쳐들어왔소. 놈 때문에 치른 희생과 고통이 너무나 많소." 웨일은 대답했다. "나는 윈드헬름으로 가는 길이지만,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습니다. 그 야수에 대해 말해주십시오." "아주 덩치가 크고 교활한 놈이오." 고렌스가 답했다. "놈의 습격이 3주 전부터 시작된 걸 보면 최근에 이곳으로 옮겨온 것 같소. 우리가 몇번은 물리치기는 했지만 아주 끈질긴 놈이오. 며칠 전 밤에는 매기를, 밖에서 토끼와 놀고 있던 겨우 일곱 살밖에 안된 그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갔다오. 밖에 아무도 없었던지라 놈이 아이를 잡아가는 걸 막을 사람이 없었소. 남은 건 두려움에 덜덜 떠는 토끼와 그 불쌍한 아이의 피투성이 드레스뿐이라오." 웨일은 바로 같은 종류의 괴물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목이 뜯겨나갔던 그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고 괴로웠다. 그는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었다. "다른 건 또 없습니까?" 그는 물었다. 고렌스는 마지못해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다요. 놈이 어디에서 왔는지 왜 우리를 사냥하는지 모르겠소. 여기서 동쪽에 동굴 하나가 있는데 아마 놈이 거기에 숨어있지 않을까 추측만 할 뿐이오. 하지만 우리들 중엔 그 괴물을 상대할 만한 장비를 지닌 자가 아무도 없소." "그건 내게 맡겨 두십시오." 웨일이 대답했다. "내가 놈을 처리하겠습니다." 고렌스는 남자를 올려다보고 웃었다. "보상은 충분히 해 드리리다." 웨일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그저 윈드헬름 쪽으로 말을 몰았다.

이 솜씨좋은 사냥꾼은 항상 자신이 상대하는 적들보다 스스로가 훨씬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도 그는 자신의 기술을 결코 의심한 적이 없었고, 항상 그 손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바로 그 특성 덕분에 웨일은 괴물 사냥꾼이라는 험난한 직업을 택하고서도 지금까지 생존해올 수 있었다. 그는 컴패니언 집단과 만나 그 무리에 가입하면 그들의 도움을 얻어 늑대인간을 사냥하고 처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그의 생각은 옳았다. 며칠간의 여행 끝에 그는 윈드헬름에 도착했고, 머지 않아 컴패니언이 꾸린 임시 야영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반갑게 맞았다. 웨일은 그들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전투의 경험이 상당해 보이는 한 친구가 앞으로 나섰다. "내 이름은 팔카스다, 형제. 우리에 대해 뭐가 알고 싶지?" "당신들이 힘 좀 쓸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던데." 웨일이 말했다. "그야 그렇지." 팔카스가 답했다. "하지만 일단은 솜씨를 좀 보고 나서." 그 컴패니언은 웨일이 그들이 선택한 자와 대결을 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그를 받아들일지의 여부를 고려해 보겠노라고 설명했다. 웨일은 기꺼이 그들에게 그의 실력을 입증해볼 참이었다.

컴패니언이 야영지 밖에 만들어 놓은 '투기장'이라고 불리는 뼈로 둘러싸인 원형의 공터 안에서, 웨일은 그의 도전자인 호리스라는 이름의 바바리안 사내와 마주 섰다. 다른 컴패니언들은 투기장 밖에 서 있었고 윈드헬름 주민들도 그 쇼를 구경하러 와 있었다. 결투가 시작되었다. 시작 신호가 울리자 호리스는 단단하게 맞물린 주먹 안으로 너클을 세게 맞부딪쳤고, 웨일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형과 대결 훈련할 때면 언제나 그랬듯이 상대에게서 결코 눈은 떼지 않았다. 호리스는 바바리안다운 전투 함성을 내지르고는 웨일에게 돌진했다. 웨일은 잠시 기다렸다가 그의 첫 타격을 가했다. 그는 바바리안이 충분히 접근해오는 순간을 노려 몸을 낮게 숙이고는 그 회전력을 이용하여 야수와도 같은 상대의 복부에 단단한 주먹을 꽂아넣었다. 호리스의 폐에서 터진 바람같은 소리가 새어나왔고, 그는 옆으로 비틀거리며 상대에게서 떨어져 간격을 벌이려 애썼다. 하지만 웨일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노련한 싸움꾼인 웨일은 절대 그렇게 놔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호리스에게 돌진하여 무릎 뒤를 걷어차 호리스를 뒤로 쓰러뜨렸다. 호리스가 다시 일어서려는 순간 그의 얼굴로 망치같은 주먹이 날아와 그를 다시 뒤로 고꾸라뜨렸다. 그 싸움의 전문가가 선보이는 놀라운 속도와 정확함에 관중들 전체가 탄성을 내질렀다. 호리스가 쓰러져있는 동안 웨일은 그의 오른쪽 다리를 벌리고 서서 호리스의 오른발을 집어들었다. 그는 몸을 틀어 자신의 두 다리로 호리스의 다리를 단단히 가둔 다음, 그의 발을 비틀어 바바리안이 극심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게 했다. 조금만 더 힘을 주었다면 쉽게 그 다리를 부러뜨려 버렸겠지만 그는 그저 상대가 움직일 수 없는 정도까지의 선에 그쳤다.

그는 관중을 쳐다보고 팔카스에게 눈을 돌려 결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를 보았다. 팔카스는 결투가 그렇게 순식간에 끝난 데 대해 다소 놀란 눈치였지만, 그런 표정을 빠르게 수습하고 나서 말했다. "여기 자네 자리가 하나 생긴 것 같군, 친구." 그 말을 들은 웨일은 상대를 가둬놓았던 다리를 풀어주었다. 호리스는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쉬며 한동안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렇게 싸우는 법은 어디서 배웠나?" 팔카스가 물었다. "우리 형과 내가 만든 거요." 그는 대답했다. 컴패니언은 이 젊은이를 동료로 맞아 그의 실력을 배우는 데 매우 열의를 보이며, 자신들의 기술 또한 가르쳐 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웨일은 형과 자신이 개발한 모든 것을 보여줄 의도는 없었다. 그들 형제는 오래 전 자신들의 이 비밀스러운 테크닉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들이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큰 이점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니, 그는 컴패니언에게 단지 아주 기초적인 몇가지만을 보여줄 셈이었다. 그것으로도 그들을 감명시키기에는 충분할 터였다. "기꺼이 내 기술을 가르쳐 주지." 그는 말했다. "하지만 당신들도 그만큼 날 도와줘야겠어." "그게 뭐지?" 팔카스가 답했다. "여기서 바로 남쪽에 있는 카인즈그로브라는 마을에 최근 늑대인간이 날뛴다는군. 길드의 도움을 받아서 그 야수를 처치하고 싶은데. 당신들 전사 몇명과 나라면 바로 놈을 추적해서 죽이기 충분할 거야. 보상은 당신들이 가져도 좋고." 어떤 대답이 나올지 다른 컴패니언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동안, 팔카스는 무언가를 고민하며 뺨을 긁적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그런 걸로 하지. 우리는 보통 그런 일은 안맡지만 돈은 돈이니까. 오늘밤은 우리 야영지에서 함께 쉬고 내일 카인즈그로브로 가서 되는 데까지 일을 처리해 보자고." 웨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른 컴패니언들의 얼굴에 갑자기 떠오른 의심스러운 표정은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웨일은 그의 개인 천막에 누워 옆에 은제 검을 놓고 휴식을 취했다. 아버지의 장례식 후에 그분의 친구로부터 형과 같이 선물받았던 검이었다. 그 동안 팔카스는 웨일이 말했던 늑대인간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팔카스는 최근 그들이 근처에서 야영지를 꾸렸던 다른 마을들에서 일어난 습격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있었고, 이것이 우려하던 최악의 상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컴패니언 하나가 자신의 동족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컴패니언 사이에는 자신들의 사냥감 외에는 절대로 무고한 자를 해치면 안된다는 규율이 있었다. 설령 운없는 여행자가 그들과 맞닥뜨리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가 실버핸드같은 사냥꾼이 아닌 이상 그들은 최대한 그 자리를 피해야지 살인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밤중에 늑대인간과 마주치고도 살아남아 그 이야기를 전하는 생존자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들은 두려울지언정 위험한 존재는 아니었다. 팔카스는 바스티온이라는 동료 형제가 의심스러웠지만 증거는 없었다. 그에게는 또다른 문제가 있었다. 바로 보름달이 가까웠다는 것이다. 컴패니언 하나가 근처 마을 주민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것이 사실이라면, 조만간 컴패니언의 '축복'이 드러날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이는 길드 전체에 큰 피해를 줄 터였다.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팔카스에게는 문제를 일으키는 늑대인간의 정체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의 동료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하는 의심 속에서 웨일이 원하는 대로 그 야수를 죽이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신입인 웨일의 심기를 달래려면 그럴 만한 계획이 필요했다. 그는 '서클'의 인원인 다른 선택받은 컴패니언 몇몇과 만나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다음날 늑대인간 형태로 변할 것이고, 컴패니언 두어 명을 붙여서 웨일을 카인즈그로브로 보낼 것이다. 그날 밤 팔카스가 늑대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마을 사람들을 놀래키고, 그의 '서클' 동료이자 친우인 바스티온 아리스톨을 위해 일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가 울부짖는 동안 바스티온은 검날에 사슴의 피를 묻혀 그 조작극에 신빙성을 더할 것이다. 바스티온은 그 뒤 야수가 숲 뒤쪽 언덕으로 몸을 피하는 모습이 웨일이나 다른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도록 그들 앞에 나타나 야수를 처치했다고 말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팔카스는 바스티온의 반응을 살피고, 그가 그 지역에 대해 얼마나 낯이 익은지도 점검함과 동시에 웨일의 기분도 맞춰주며 마을 주민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줄 것이다. 멋진 계획이라는 데 대해 모두가 동의했다. 게다가 이 일로 손쉬운 돈도 벌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돈은 좋은 동기부여였다. (팔카스 맞아? 빌카스 아니야?)

다음날 웨일은 한시라도 빨리 카인즈그로브로 출발하고 싶어했다. 팔카스는 자신은 윈드헬름의 야영지에 머물면서 새로운 신입들을 관찰하겠지만, 제일 솜씨좋은 전사들 두 명을 함께 보내서 웨일이 늑대인간을 처치하는 일을 돕게 하겠다고 말했다. 팔카스로서는 웨일이 믿음직한 길드원으로서 보내는 시간이 쌓여가면 차차 늑대인간 병증에 대한 것을 밝히고, 어쩌면 그가 같은 축복을 받아 자신들과 함께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웨일같은 노련한 전사는 두말할 것도 없이 길드의 큰 자산이 되리라는 것을 팔카스는 알고 있었다. 웨일은 팔카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스티온과 또다른 컴패니언 한 명과 함께 카인즈그로브로 출발했다.

그들은 마을 밖에 빠르게 야영지를 꾸리고 밤이 내리길 기다렸다. 웨일은 고렌스를 찾아가 그에게 계획에 대해 말했다. "오늘밤 그 늑대인간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우리가 놈을 처치할 겁니다." 고렌스는 그 말에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다. 시간이 깊어 때는 왔고, 웨일은 두 컴패니언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웨일은 마을의 남쪽을 감시하고, 바스티온은 동쪽을 감시하기로 했다. 바로 팔카스가 모습을 드러낸 뒤 도망칠 숲과 언덕이 있는 방향이었다. 팔카스는 이미 그날 아침부터 사슴 피와 적당한 장소를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아직 '서클'에 대해 모르고 있는 또다른 컴패니언인 브렌달은 북쪽과 서쪽을 맡기로 했다. 그들은 해가 완전히 지기를 기다렸고 브렌달과 웨일은 조용히 그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도했다. 그들의 기도는 이루어졌지만, 그것을 들어준 것은 신들이 아니었다.

계획대로 이제는 늑대인간의 형태가 된 팔카스는 산을 내달리며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질렀다. 마을 사람들은 황급히 집안으로 달려 들어가 창문 밖을 엿보며 고용한 용병들이 정말로 악마를 처치할 수 있는지를 지켜보았다. 바스티온은 야수를 포착하고는 외쳤다. "망할! 놈이 왔다! 내가 처리하겠어!" 웨일은 큰 소리로 바스티온을 제지하며 혼자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바스티온은 이미 자리를 떠난 상태였다. 웨일과 브렌달은 그의 뒤를 따라 달렸다. 숲속에서 커다란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검에 피를 한가득 묻힌 뒤 팔카스는 히르신의 저주로 인한 맹렬한 속도로 이미 언덕 꼭대기로 도주해 있었다. 바스티온은 당당하면서도 지친 기색으로 어슬렁 걸어나왔다. 웨일과 브렌달은 바스티온의 검이 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미처 무언가를 말하기도 전에 지역 주민 하나가 그들 셋을 발견하고는 은제 검끝에서 핏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바스티온은 주민에게 미소짓고는 그의 검을 높게 쳐들었고, 주민들 모두가 그의 위대한 살육의 증거를 보았다. 주민들은 환호하며 그들 셋을 위해 브레이드우드 여관에서 잔치를 벌여주었다. 파티는 성대했고 벌꿀술은 넘쳐날 만큼 가득했다. 하지만 그 축하의 분위기 한가운데서 웨일은 본능적으로 무언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일이 너무나 간단하게 풀린 것이다. 일처리에 대한 보상을 분배하고 나서 축하연은 끝이 났고, 여관주인은 그들 셋에게 공짜 잠자리를 제공해 주었다. 부드러운 침대는 천막의 건초더미와는 비할 수 없이 포근했고 모두들 그에게 감사하며 자신들의 방으로 가 잠을 청했다. 하지만 좀더 늦은 시각, 웨일은 홀로 은밀히 몸을 움직여 바스티온이 승리를 공표한 그 지역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곳엔 어떠한 시체도 없었지만 온통 피로 뒤덮인 장소가 있었다. 팔카스가 사슴 피를 양동이째 들이붓고 흩뿌려 연극에 사실감을 더한 흔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웨일이 알 턱이 없었다. 게다가 바스티온의 은제 검에 그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면 늑대인간에게는 치명상이 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그 더러운 괴물의 시체가 이곳에 없다 한들 분명 어딘가에서 뒈져 나자빠져 있으리라고 웨일은 생각했다. 만약 웨일이 그 장소에 좀더 머물며 자세히 관찰했다면 바로 그 더러운 괴물, 팔카스가 조용히 숨죽인 채 살금살금 움직이며 그 장소를 직접 조사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늑대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인간보다 훨씬 예민한 감각을 갖게 된다. 그는 무언가를 감지했다.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냄새...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히 알아볼 수 있는 냄새였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그는 알아보았던 것이다. 그것은 그의 친우 바스티온의 것이었다. 냄새가 희미한 것으로 보아 바스티온은 예전에 이곳에 왔던 적이 있었고, 그것도 인간이 아닌 늑대인간의 형태였다는 증거였다. 팔카스는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고 심지어 그것을 부정하려고도 해 보았지만, 냄새는 분명 거기에 있었다. 그 증거에 그는 문자 그대로 숨이 막혔다. 그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해야만 했다.

수주일이 지난 뒤 웨일과 팔카스 사이에는 새로운 우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웨일은 컴패니언들과 지내는 것이 즐거웠고 그들의 삶의 방식에 완전히 공감했다. 그는 용병으로서 고용되어 싸우는 것이 즐거웠다. 의뢰 내용이 무엇이든 그는 그저 싸우기만 할 수 있다면 만족했다. 그는 신입 모집 야영지를 따라 여행하며 그 근처의 다양한 마을에서 머물렀고, 마을은 항상 새로운 피를 맛볼 기회를 주었다. 모집 일이 거의 끝나감에 따라 그는 화이트런에 있는 컴패니언 길드 본부인 요르바스카로 갈 수 있다는 마음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모집 파티는 마지막으로 스카이림 남쪽의 팔크리스 근방으로 여행한 다음, 그곳에서의 일이 끝나면 이제 화이트런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다만 이 젊은 영웅의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가 방문하는 마을 어디에서나 난데없는 늑대인간의 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팔카스가 들은 바로 그대로였다. 게다가 그에게는 카인즈그로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의구심이 항상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의심을 옆으로 치우고 컴패니언들과의 생활을 계속했다. 그의 얼굴에는 남쪽으로 향한다는 즐거움이 숨김 없이 드러났다. 남쪽에는 집이 있었고, 고향 부모님 집에서 그리 머지 않은 곳에 지은 그들 형제의 집에 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쯤이면 형이 분명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것이고, 그간의 일로 하루빨리 동생을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즐거움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모집 일은 성공적이었고 꽤 많은 수의 젊은 전사들이 컴패니언 길드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들은 화이트런으로 가는 도중에 근처의 리버우드 마을에서 한두 주 정도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눈에 익은 야영지 천막이 빛에 바래가던 어느 날, 웨일은 리버우드에 들렀다가 우울한 분위기가 마을을 뒤덮은 것을 보았다. 마을 주민들은 리버우드를 가로지르는 강변에서 통나무를 겹쳐 쌓고 그 주위에 모여 있었다. 복장으로 미루어보아 장례식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의 귀에 최근 사건에 휘말린 가엾은 젊은이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자신과 나이차가 별로 나지도 않는 그 어린 청년의 이름은 알란 에길, 그는 얼마 전 안젤리카 오세나라는 사랑스러운 임페리얼 아가씨에게 청혼한 참이었다. 그는 한밤중에 냇가에서 옷가지를 빨던 중에 야수의 습격을 받았다. 웨일의 심장이 철렁했다. 그가 따라다니는 야영지 주위로 비슷한 사건이 너무나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는 새로이 사귄 친구들 중 최소한 하나는 어두운 비밀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장례식에 참여한 주민들 중 몇몇이 키가 크고 근육질인 젊은 청년이 고개를 숙인 채 떠나는 모습을 언뜻 보았다. 그의 심장에는 분노가 차올랐다. 누군가는 이 일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 했다. 그는 컴패니언들을 좀더 가까이 지켜보며 그들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반응에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곧이곧대로인 성격이었고 무언가 잘못될 조짐이 보이면 그것을 재빨리 감지할 자신이 있었다. 

단호한 팔카스는 가장 뛰어난 신입의 마음에서 의심이 점점 자라나는 것을 보고, 그가 하고 다니는 질문들에 대해 들었다. 팔카스는 웨일이 한때 자신의 가까운 친구였던 바스티온에게 접근했음을 알았다. 바스티온에게 받은 상처가 컸던 만큼 그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예전의 친우는 길을 잃었고 스스로의 서약과 컴패니언의 명예를 배신했다. 그는 '서클'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감내해야 하는 위험이자 '축복'에서 비롯된 자기 내면의 싸움에서 패배했고, 이제 괴물의 속성만이 남아 그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죽어야만 했다. 바스티온을 죽이고 무고한 자들의 안전을 보장함으로써 그는 친구를 막지 못했던 자신의 불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했다. 게다가 그 불안정한 사냥꾼을 제거함으로써 그는 컴패니언의 이름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컴패니언과 일련의 살육을 연관짓는 자가 있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컴패니언의 가장 은밀한 비밀인 이상 웨일은 절대 공공연하게 바스티온의 정체를 폭로할 수 없다. 게다가 그의 지위상 그 자신의 손은 더럽히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는 대신 웨일에게 넌지시 귀띔해주기로 했다. 어차피 웨일은 바스티온과 새로운 신입들 중 몇몇을 늑대인간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한밤중에 웨일의 천막에 간단한 쪽지 한 장을 남겨놓았다. 쪽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네가 의심하는 대로다. 범인은 바스티온이다. 히르신의 종복이자 살인마인 그놈은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놈을 예의주시해라.' 모두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은 웨일이 이해하는 것 이상의 의미였지만 아무튼 사실이었다. 쪽지는 이렇게 끝맺고 있었다. '친구로부터.'

웨일은 바스티온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기를 며칠이 지난 뒤 바스티온이 늦은 시간에 야영지를 떠났다. 이미 상당히 야심한 시각이었다. 바스티온은 리버우드 동쪽의 앰버샤드 광산, 대개 산적들이 진을 치고 있는 그곳으로 향했다. 웨일은 형과 함께 연마한 잠행술을 이용해 조용히 바스티온의 뒤를 밟았다. 그 방면에서의 웨일의 솜씨는 항상 형보다 조금 앞서 있었다. 사실 그는 표적에게 은밀히 접근하는 것을 매우 즐겨했고, 환영마법 중에서도 투명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들 형제가 '놀이'를 하지 않을 때면 웨일은 형에게 몰래 다가가 깜짝 놀래키는 것이 취미였다. 그 자신 또한 잠행을 즐겼던 형은 첫 순간의 놀라움이 가시고 나면 항상 웃음을 짓곤 했다. 숨죽인 웨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스티온은 격분한 상태로 돌입하며 그의 옷가지를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그는 광산으로 달려 들어갔고 곧이어 웨일에게는 너무나 낯익은 소리, 아직도 그의 악몽에 등장하는 늑대인간의 소름끼치는 울부짖음이 광산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격분한 그 야수가 광산을 뛰쳐나와 리버우드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굶주려 있었고 다음 희생양을 노리고 있었다. '이번엔 안될걸.' 웨일은 숨결 사이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는 먹이를 좇는 야수처럼 그 괴물을 뒤따라 리버우드 외곽에 당도했다. 괴물의 숨결은 귀에 들릴 만큼 생생했다. 불길한 짧은 침묵의 순간이 지난 뒤 공포에 찬 비명이 터져나왔다. 바스티온은 묘비 아래 꽃을 놓고 있던 젊은 임페리얼 아가씨를 노리고 있었다. 최근 늑대인간에게 당해 약혼자를 잃은 안젤리카였다. 괴물은 조금의 지체도 없이 그녀와의 거리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저항할 틈도 없이 야수에게 낚아채여 광산으로 끌려가는 그녀의 입에서는 그저 비명소리만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 잠자던 마을 주민들이 깨어났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주민들이 그들의 소박한 집 밖으로 나왔을 무렵 그녀의 비명소리는 이미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 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웨일은 그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사냥감인 괴물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그는 광산에 다시 도착했다. 늑대인간은 그곳에서 야식으로 이 야들야들한 먹잇감을 해치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웨일이 계획한 바는 그 저주받은 괴물과는 달랐다. 그의 머릿속에 어머니의 최후의 모습이 반복해서 떠올랐다. '안돼, 더이상은 안돼.' 그는 되뇌였다.

광산 안에서 괴물은 아름다운 아가씨를 던져놓고 그녀가 벽에 기대 공포에 질려하는 모습을 즐겼다. 크게 벌려진 그의 입에서는 크르르 소리와 함께 침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의 팔뚝은 넓게 벌려져 있었고 손톱은 밖으로 뻗쳐 있었다. 그는 눈앞의 목표를 살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웨일도 마찬가지였다. 웨일은 그 거대한 괴물에게 점프해서 그의 은제 검을 괴물의 등에 바로 찔러넣었다. 충격이 가시자마자 바스티온은 뒤돌아서 웨일에게 반격해 주먹을 날렸다. 검은 여전히 그의 몸을 꿰뚫고 배꼽으로 삐져나온 상태였다. 괴물과 웨일은 결투를 벌였다. 어느 하나의 목숨이 끝나야 결판이 나는 치명적인 결투였다. 괴물은 으르렁거리며 웨일에게 달려들었고 웨일은 몸을 굴러 피했다. 그는 근처에 곡괭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집어들어 늑대인간의 가슴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그것은 괴물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은제 무기가 아닌 탓에 피해는 심각하지 않았다. 안젤리카는 망설임 없이 탈출구를 찾아 광산 밖으로 뛰쳐 달아나 있었다.

웨일은 곡괭이를 바스티온의 가슴에 꽂아넣은 다음 늑대인간에게 어깨로 돌진했다. 그의 어깨가 늑대인간의 어깨를 치자마자 그는 몸을 휙 돌려 놈의 뒤로 접근했다. 상대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난 그는 놈의 등에 박힌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괴물은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토해내며 펄쩍 뛰었다. 그리고는 다시 손톱을 뻗어 웨일의 오른쪽을 빠르게 후려쳤다. 젊은 영웅은 검을 휘둘렀지만 괴물이 점프하는 순간에 미치지 못했고, 놈은 다시 돌진해서 웨일의 손에서 검을 낚아채 떨어뜨리고는 검을 집으려는 웨일을 탁자째 들이받아 버렸다. 쓰러진 웨일은 재빨리 자신의 은제 단검을 뽑아들었다. 어머니를 살해한 늑대인간을 처치했던 바로 그 단검이었다. 그가 이제 무력해졌다고 여긴 바스티온은 다시 웨일을 향해 달려들었고, 탁자 근처에 착지한 순간 온몸의 힘을 다해 상대를 찢어발겼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당황한 바스티온이 혼란스러워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모퉁이 밖에서 단검이 날아와 그의 목덜미에 박혔다.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웨일이 날린 것이었다. 지옥에서 나오는 듯한 으르렁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괴물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난 순간 웨일은 단검을 차서 더욱 깊숙이 박아넣으려 했지만, 바스티온이 선수를 쳐 그 시도를 막아냈다. 하지만 벌써 두 번이나 은제 무기의 공격에 당한 늑대인간은 점점 약해져가고 있었다. 웨일은 그것을 눈치채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괴물의 옆에 굴러다니던 통을 밟고 점프해 놈의 등에 올라타서 두 다리로 가능한 한 힘껏 놈의 허리를 조였다. 놈의 목에 구멍을 낸 은제 단검은 여전히 그 자리에 박혀 있었다. 웨일은 단검의 손잡이를 잡고는 반대쪽을 향해 온몸의 힘을 다해 밀어넣었다.

괴물은 벽에 몸을 부딪쳐 웨일을 떼어내려 했다. 그는 벽을 향해 몸을 뒤로 날렸고 여전히 등에 올라탄 웨일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몸이 으깨지는 고통 속에서도 웨일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목의 상처를 넓혀가는 데 집중했다. 거죽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괴물은 무시무시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컥컥거리는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웨일은 그의 귀에 가까이 붙어 헐떡이며 말했다. "나는 네놈들 같은 부류의 천적(베인)이 될 것이다. 약속하마!" 그렇게 선언한 웨일은 그가 올라탄 괴물에 못지 않은 야수같은 소리로 울부짖었다. 마지막으로 분출해낸 그 모든 에너지를 실어 그는 괴물의 목덜미를 완전히 찢어버렸다. 바스티온의 팔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곧 괴물이 땅에 쓰러졌다. 웨일은 가슴을 들썩이며 격한 숨을 토해내고 들이켰다. 그는 자신의 검을 힘겹게 집어들고 벽에 기대어 앉았다. 완전히 탈진한 그는 눈을 감고 서서히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의 꿈을 꾸었다.

광산의 문과 창문으로 햇살이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할 무렵 웨일은 눈을 떴다. 마을 주민들 몇이 광산을 찾아와 문을 열었지만 공포 때문에 안으로 들어서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 밖으로 피로에 지쳤지만 당당한 웨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장신의 젊은이는 옆에는 검을 든 채 어깨에는 거대한 짐이 담긴 가방을 메고 있었다.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었지만 웨일은 그들이 거기에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그는 짐을 짊어지고 리버우드로 걸음을 옮겼고 마을 주민들은 그 뒤를 따랐다. 그는 잠자는 거인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서자 침통한 눈들이 그를 맞았다. 몇몇 손님들이 그를 맞이하러 다가왔지만 웨일은 그들을 무시했다. 그는 여관 한가운데에 있는 벌꿀술이 놓인 큰 탁자로 곧장 걸어가 그가 메고 온 가방을 턱 내려놓았다. 그가 말없이 가방을 끌르자 그 안에서 목이 찢긴 늑대인간의 머리가 굴러나왔다. 침묵 가운데 사람들의 헉 하는 신음소리만이 들렸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채 웨일이 말했다. "이걸로 늑대인간의 악행도 끝이오." 여관주인이 나서서 그에게 괴물을 죽인 보상을 주겠노라고 말했다. 그녀는 먼저 그의 이름을 물었다. 그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탁자 머리를 응시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떠나버린 여동생을 기억했다. 그의 가슴에는 자신의 새로운 친구들에 대한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카인즈그로브의 사건을 은폐하고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는 상처를 입었다. 그는 더이상 어머니를 잃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그는 더이상 형과 훈련하던 10대 소년이 아니었다. 그는 더이상 야수를 사냥하는 사냥꾼도 아니었다. 그는 이제 야수였다. 그의 남은 일생을 거쳐 그를 따라다닐, 그가 환영해 마지않는 분노로 가득한 흉포한 야수였다. 그는 자신이 목을 찢어버리기 전 괴물에게 약속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여관주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베인이오." 여관주인은 지갑 안의 동전을 쏟으며 그에게 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주위로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경외감 어린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시선을 좁혀 여관주인을 향했다. 그는 부드러운 태도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돈은 됐습니다. 이런 것들을 죽이는 것 자체가 내게는 충분한 보상이니까." 이 말을 뒤로 하고 그는 떠났다. 그가 떠나고 나자 여관 안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여관 뒤쪽에는 정교한 장식이 된 방어구와 은제 검을 가진 사냥꾼 둘이 서 있었다. 그들의 갑옷에는 아주 특징적인 발톱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벨트와 팔목보호대에는 늑대인간의 이빨이 걸려 있었다. 실버 핸드였다.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팔카스에게 이 일이 전해졌다. 그는 자신을 짓누르던 압박감에서 마침내 벗어났다는 것에 안도했다. 해야 할 일은 치뤄졌고 무거운 짐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한때 자신의 친구였던 자의 죽음을 애도했고, 웨일에 대해서는 아주 불편한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웨일이 카인즈그로브에서 그 자신과 마을 사람들 모두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음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상처가 될 터였다. 그 상처는 그에게 배신감을 불러 일으키고, 장차 쉬이 씻기지 않는 깊은 증오로 자라날 씨앗이 될 것이다. 팔카스는 그 자신의 손으로 빚어냈을지도 모르는 성스러운 괴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홀로 앉아 있었다.

웨일은 일찌기 바랐던 대로 동쪽의 집으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마침내 지친 머리를 베개에 뉘이고 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몇달만에 처음으로 그는 깊이 잠들 수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그의 형 발톤이 저 멀리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검은 갑옷을 입고 등에는 천으로 감싼 처음 보는 에보니 블레이드를 메고 있었다. 검에 새겨진 룬 문자가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났다. 웨일은 하늘로 시선을 돌려 아침해가 뜨는 사랑스러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는 낮을 사랑했다. 그는 자신이 어둠의 존재들 없이 산 자들 사이에서 살 수도 있었을 빛의 피조물이라는 것에 감사했다. 그는 컴패니언에 대한 증오로 불타올랐다. 그는 인간들을 학살하는 털복숭이 야수에 대한 증오로 불타올랐다. 그는 형에게 다가가며 미소지었다. 그는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가 이제 막 깨달은 사실을 그는 마침내 이해했다. 그와 형은 결국 인간이 아니었다. 한때는 인간이었지만 서서히 변화한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스카이림에 새로운 공포를 퍼뜨리는 괴물이었다. 공포로써 마침내 밤의 존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그러한 존재가 된 것이다. 이것은 타오르는 증오의 이야기이다. 이것은 새로운 종의 사냥꾼을 탄생시킨 배신의 이야기... 베인의 이야기이다.

저자가 덧붙이는 말:

이것으로 비극 이야기는 끝이 난다. 스카이림 전역의 많은 선술집에서 이들 세 남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나는 시간이 남을 때마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허구와 사실을 구분해왔고, 팔밀가 집안에 대한 진실과 그들이 겪어야 했던 비극에 대한 진실을 찾아내었다. 수많은 인터뷰와 조사를 통해 나는 그들에게 있었던 사건을 정확히 기록했다고 믿는다. 나 자신은 하등 중요치 않은 존재이기에 저자는 익명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두고 싶다. 여행자들이 숱한 불의의 사고를 겪고 불안에 떨어야 하는 스카이림의 이 암흑의 시대에, 이 특별한 세 사람과 동시대를 살 수 있다는 것은 내겐 더할나위 없는 행운이었다. 너무나 많은 것을 겪고 희생해야 했던, 그러면서도 보답으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이 세 명의 수호자들. 시간의 모래는 계속해서 흐르고 결국 이들의 이야기도 모래알에 뒤덮여 희미해져 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이다. 나는 어떻게든 그들이 이 책들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사람들 속에 전해진다는 것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 그들에게는 최소한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

팔카스 의문의 지능캐행... 생각보다 머리를 좀 쓰는군요.

이 모더는 루미루아 때도 그랬고 로어에 완전히 충실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패러랠 월드라는 느낌으로 생각해보면 재미있습니다.

모드의 부제인 Sands of Time - 시간의 모래의 의미를 여기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장미의 이름처럼 여운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