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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용자 이니고

2016.06.26 11:08 - renn

용자 이니고


남녀노소 종족불문 불후의 명작





#1


어느날 이상한 냄새를 감지한 이니고는 신경이 쓰여 그의 거미 밭을 가로질러 걸어갔습니다. 그 땅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놀라운 후각 덕에 그는 근처의 동굴에서 종족을 알 수 없는 한 여인이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 있어요?" 이니고가 물었습니다. "냄새나는 트롤 괴물이 우리 여동생을 납치해 갔어요."




#2


빛나는 여인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절 도와주시겠어요? 제발 제 여동생을 되찾아 주세요." 이니고는 어두운 동굴 안을 둘러보고는 여인의 두 눈 사이를 그윽하게 응시했습니다. "만약 동생분이 살아있다면 제가 구해드리지요." 이니고가 말했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여인이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의 입맞춤을 뒤로 하고 손에 활을 쥔 채 이니고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흉칙한 트롤의 냄새가 동굴의 이곳저곳에 배여 있었습니다.




#3


이윽고 이니고는 터널의 갈림길에 다다랐습니다. 길 왼편으로는 작은 물줄기가 흐르고, 오른편으로는 이끼가 군데군데 길을 따라 어스름한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4


칠흑같은 어둠조차 이니고의 뛰어난 활솜씨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짧게 활시위를 당긴 뒤 이니고는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한 여인의 목소리였습니다! 어둑한 암흑 속에서 트롤들이 이니고 주위로 접근했습니다. 상처입은 여인이 외쳤습니다. "저 잘생긴 고양이를 죽여버려!"












#5


이끼낀 터널은 눈부신 이니고처럼 환히 빛나서 머지 않아 이니고는 저 앞쪽에서 어떤 움직임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먹고 있는 냄새나는 트롤 한 마리였습니다.













#6


용감한 이니고는 노트에 손을 뻗었으나, 그의 손이 닿기 직전 남자가 되살아나 버렸습니다! 그는 좀비였습니다!












#7


이니고는 야성적인 캬릉 소리와 함께 트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트롤은 그의 먹이에서 고개를 들고 아랫도리를 지리더니, 마치 작은 소녀처럼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버렸습니다. 그 괴물은 땅에 난 끈적거리는 구멍에 빠진 인근 농부들을 먹잇감으로 삼아온 것이었습니다. 그 농부의 하체를 보니 누군가의 여동생이 되기는 불가능한 몸이었기에 이니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8


이니고는 은신으로 아주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갔으나, 그의 맛있는 냄새를 맡은 트롤이 흉칙한 발톱으로 이니고를 후려쳐 버렸습니다.












#9


용감한 이니고는 화살로 좀비의 눈을 쑤셔박아 그의 뇌를 꿰뚫어 버렸습니다. 좀비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윽고 정말로 저세상으로 떠났습니다. 이니고는 노트를 읽어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자기. 한밤중에 동굴에서 만나요." 노트에 적힌 필체는 여인의 것이었습니다. 이니고가 눈을 들어 보니 트롤 하나가 접근해 있었습니다!












#10


이니고는 헐레벌떡 부리나케 달아났으나, 좀비의 죽은 손이 이니고의 발목을 움켜쥐는 바람에 발을 헛디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그대로 넘어져서 돌에 머리를 쾅 박고 말았습니다.












#11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이니고가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은 역겨운 냄새가 나는 어마어마하게 큰 방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엉망진창으로 뜯어먹는 소리가 그를 에워쌌습니다.












#12


"이게 대체 다 뭔짓거리야?" 이니고가 말하고 여인이 대답했습니다. "내 애완동물들에게 줄 먹이가 필요했어요. 미안해요. 나도 이게 나쁜 짓이라는 건 알아요." 그녀가 잘게 기침했습니다. "당신이 우리 언니에게 전해줄 말이 있어요...이리 가까이 와보세요."












#13


이니고는 그의 전설적인 반사신경으로 트롤을 피한 뒤 놈에게 돌진했습니다. 그 멍청한 괴물은 발을 헛디디더니 그만 동굴 바닥에 난 구멍 안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니고는 그의 목이 꺾이는 소리를 듣고 씨익 미소지은 뒤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14


용감한 이니고는 화살에 손을 뻗었으나 아뿔싸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트롤이 그의 머리를 깨끗하게 뜯어내 버려서 이니고는 또다시 아무도 구할 수 없었습니다.












#15


물줄기는 차디찼지만 강인한 상남자인 이니고는 그의 발 아래 첨벙거리는 물소리를 즐기며 걸어갔습니다. 이윽고 이니고는 노트 하나를 꼭 움켜쥔 한 남자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16


이니고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가슴을 불룩하게 하더니 그의 유명한 포효를 어흥 내질렀습니다. 뜯어먹는 소리가 그 즉시 멈추더니 이니고의 눈에 저 멀리 있는 출구를 향해 뛰어가는 트롤 여러 마리가 보였습니다. 한 여인의 목소리가 암흑 속에서 메아리쳐 울렸습니다. "그만 도망치고 저 새끈한 고양이를 죽여버려!" 트롤들이 뒤돌아서더니 곧 이니고를 향해 다가왔습니다.












#17


이니고의 화살이 종유석을 맞추자 천정 일부가 바닥으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트롤들이 돌에 깔려 으깨지는 소리를 듣고 씨익 미소지었습니다.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이니고는 악취나는 시체들 사이로 뛰어들어 이리저리 둘러보았습니다. 근처에서 여인 하나가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18


이니고는 그의 날카로운 신경을 집중하여 목표를 정확히 겨냥했습니다. 여인의 헉 하는 단말마에 이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트롤들은 혼비백산하더니 도망쳐 버렸습니다. 이니고의 귀에 죽음에 이르렀지만 아직 끊어지지 않은 여인의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19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도 이니고는 이 땅 최고의 궁수였습니다. 트롤들이 넷, 다섯, 열, 열여섯 마리 쓰러졌습니다! 이니고의 팔뚝은 성난 근육으로 불뚝불뚝 요동쳤습니다. 땅에 쓰러지는 추잡한 트롤들의 수는 더욱 늘어나 이윽고 백 마리에 달하자 이니고는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먼저 힘을 잃고 다음으로 화살을 잃었으며, 결국에는 그의 목숨마저 잃고 말았습니다.












#20


여인의 뒤틀리고 쭈글쭈글한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서는 역한 냄새가 풍겨왔습니다. "내 언니가 보내서 온 자로구나?"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습니다. "이제 뒈져라!" 그 트롤 노파는 갑자기 글래스 단검으로 이니고를 휙 그어버렸습니다!












#21


터널은 점점 더 짙은 암흑으로 뒤덮였고, 이니고는 마른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머지 않아 그는 어두운 큰 동굴의 높은 곳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발밑에서 들려오는 흉칙한 움직임을 감지하며 이니고는 날카로운 종유석이 동굴 천정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22


이니고는 노파의 손을 낚아채려 했으나 그녀는 초자연적인 속도로 단검을 휘둘러 가엾은 이니고의 팔을 절단해 버렸습니다! 이니고는 뒤로 굴러 그의 활을 집었으나 그만 손이 모자라 활시위를 당길 수 없었습니다. 무용지물이 된 활이 이윽고 땅으로 공허하게 떨어졌습니다...











#23


여인은 달려들어 이니고를 찌르고 또 찔렀습니다. 트롤 노파의 미친 듯한 웃음소리를 마지막으로 이니고는 더이상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24


교과서처럼 완벽하고 우아한 솜씨로 이니고가 활시위를 당겨 노파의 얼굴에 화살을 박아넣었습니다! 그녀가 쓰러지자 몸이 요동치더니 이윽고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털은 두꺼워지고 거죽은 단단해져 금새 그녀의 시체는 절반은 트롤로, 절반은 추한 여인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신에서 나는 악취로 코를 감싸쥔 채 이니고는 동굴을 떠났습니다. "제 여동생을 찾으셨나요?" 동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름다운 여인이 물었습니다. "그래요. 그녀를 죽여야 했어요. 미안해요." 이니고가 답했습니다. "고마워요!" 다시 여인이 말했습니다. "그녀의 트롤들을 위해 먹이를 계속 바치지 않았다면 절 죽였을 거예요." 관대한 남자 이니고는 그녀를 농장으로 데려가 지친 심신을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알고보니 그녀는 이니고만큼이나 거미들과 함께 노는 것을 즐기는 여인이었습니다. 한 달 뒤 그들은 결혼했고 그후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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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고의 4차원스러움이 표현된 책입니다. 게임상에서 직접 읽기보다는 여관에 앉아서 이니고에게 책을 넘겨준 뒤 읽어달라고 청하면 아주 열연을 하면서 읽어줍니다. '또다시 아무도 구할 수 없었다'는 문구에서는 이니고의 상처가 은연중 드러나는 것 같네요. 그리고 거미성애자답게 거미 이야기는 항상 빠지지 않는군요. 이니고는 리프튼 근처에 집을 짓고 사는 게 꿈이라고 하는데, 그 옆에 거미 농장을 차릴 계획인가 봅니다.


  • Z젤다 2016.06.26 12:50 신고

    재밌습니다.

    1. BlogIcon renn 2016.06.27 19:07 신고

      여관에 앉아서 이니고에게 읽어달라고 하면 연기하면서 읽어줘요 ㅎㅎ

  • 디아몬드 2016.07.20 22:08 신고

    아아, 이 귀여운 자화자찬이라니! 재미있군요. 빌야는 아무래도 성격이 너무 평범하게 선량하다는 느낌이라 재미가 없었는데, 이 녀석은 좋군요. 개성이 느껴져요.

    1. BlogIcon renn 2016.07.21 17:00 신고

      자뻑 기질 다분하고 상당히 4차원스런 녀석이죠 ㅎㅎ 얘가 고생을 좀 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 원래는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나는 아주 유쾌한 성격이에요. 실제로 이런 친구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