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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루아의 저주 : 제비디아 할프위치의 일지




나는 그 빌어먹을 것들 때문에 가족 전부를 잃었다. 이제 그것들을 모조리 치워 버리자. 내 아내, 나의 세 아이들, 내 사냥개까지. 그리고 나중에는 내 동생마저 갔다. 내 광기와 분노에 녀석을 끌어들인 것을 동생의 아내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영혼을 포함해 모든 것을 잃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영혼이래봐야 어차피 내게는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긴 하지만.


루미루아, 놈들은 그렇게 불리운다. 그 세 번 저주받은 빌어먹을 새끼들에게는 딱 어울리는 이름 같다. 그렇긴 해도 놈들은 다른 대부분의 언데드와는 다르다. 탐리엘에 발을 디딘 적이 있는 자라면 아마도 온갖 생물이며 야수를 보거나 들어본 적이 꽤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암흑의 시대라고들 한다. 살아 움직이는 해골들은 그리 큰 골칫거리는 못된다. 평범한 언데드도 마찬가지다. 놈들은 대부분 둔하고 대규모로 움직이지도 않는 데다가, 그리 무섭지도 않다. 놈들을 치워버릴 방법은 아주 많다. 대개는 마법사가 천성에 따른 임무차 몇놈을 일으켜 세웠다가 임무가 끝나면 흙구덩이에 도로 내버린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뭐 내가 앞서 말했다시피, 상대할 준비만 잘 되어 있으면 그리 무시무시한 놈들은 아니다.


루미루아는 전혀 다르다. 놈들 대부분은 일단 살이 그대로 붙어 있다. 바로 그게 문제라는 걸 알겠나? 놈들은 냄새부터가 다르다. 살점이 썩어들어가는 그 역겹고 퀘퀘한 냄새. 그리고 놈들은 어디에서 나타나는지, 몇놈이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가까이 있다는 것만 안다. 그래서 무서운 거다. 그 두려움이 악취와 결합하면 그 부근의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서 정줄을 놓기 십상이다.

 

바로 그때 놈들은 일사분란하고 정확하게 습격을 해온다. 이놈들에게는 생전의 지성이 남아있는 것 같다. 뭐 거의 대부분은 말이다. 말했잖은가, 평범한 언데드가 아니라고. 놈들은 뭔가 사적인 목적하에 움직인다. 무언가 논리정연한 사고력이 남아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놈들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걸 보지 않은 이상은 포악함이라는 말의 정의를 아직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다.


내 이름은 제비디아 할프위치다. 내 성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자. 그건 말해줄 사람이 따로 있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그날 밤'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뒤로 내가 해온 일에 대한 이야기다. 그중 일부는 진실이고, 내 자신이 목격한 바이기도 하다. 또다른 일부는 가정으로, 상상력 풍부한 자가 생각해냈거나 다른 이들에게 들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것들 역시 진실일 것이다. 믿든 말든 그건 자유지만 어찌 됐건 나는 상관 없다. 누군가 이것을 발견할 때 즈음이면 나는 아마도 벌레들의 먹이가 되어 있을 테니. 하지만 내가 발견한 놈들의 약점을, 부디 잘 들어두길 바란다.


마법을 쓰는 친구들; 마도사, 마법사, 네크로맨서 등등이 말하길, 이 세상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다른 세계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세계간에는 차원문이 있어서 문의 열쇠만 있다면 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걸 내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게 사실이 아니란 뜻은 아니다. 어떤 세계는 사각형 모양의 건물들이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그런 곳도 있다고 한다. 또 날아다니는 기계도 있다고 한다. 구름 위에 도시가 있고, 사람들이 거대한 배를 타고 빛보다 빠르게 별들 사이를 여행하는 세계가 있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얘기지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그 어느 누가 확실히 알겠는가.


그 가운데 아주 강력하고 사악한 마술사 하나가 사는 세계가 있었다. 이터니아라고 불리는 그곳은 과학과 마법이 둘다 발전한 묘하고 환상적인 곳이었다. 아주 고상한 이름이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그런 좋은 곳에서도 악이 생기는 법이고, 또 사악한 곳에서도 선이 생기는 법이라지 않는가. 만약 그 이야기에 일말의 진실이라도 있다면, 그 마술사는 '악'의 정의를 새로이 재정립한 자일 것이다. 신과 악마가 어쩌고 하는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내 말은, 필멸자의 야심이 동포에 대한 배려나 공감의 부족과 결합되었을 때 발생하는 더 어두운 악을 말하는 것이다.


그 마술사는 자신의 전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야욕에 매진하는 한편,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다른 세계들을 점령할 특사와 제자들을 갖고 있었다. 매니마르코도 그 중 하나이다. 탐리엘을 두루 겪어본 사람이라면 분명 들어본 적이 있을 바로 그 자다. 매니마르코는 그의 제자 중 하나였고, 이 세계를 점령할 능력도 있었다. 당신도 벌써 알고 있을 그 역사 이야기를 늘어놓아 괜히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겠다. 그는 거의 성공 직전까지 갔었고 마법사 길드와 맞서 최후의 싸움을 벌였다. 바로 그 때가 마지막 남은 희망의 보루였을 것이다. 그의 패인은 스스로의 오만함이었다. 그는 대마법사 트라보니우스 악토리우스와 그 제자인 대마법사 한니발 트라벤을 동시에 상대했다. 둘은 협공 끝에 매니마르코를 쓰러뜨렸고, 그를 제거함으로써 이 세상은 다시 안전해졌다고 믿었다. 그들은 심지어 매니마르코의 목을 창에 꽂아서 경고와 승리의 의미로 신전 밖에 내걸어 전시하기도 했다.


그것으로 차원을 넘어선 충돌은 일단 끝이 났지만, 마술사가 제자의 패배를 알게 될 때까지의 일시적인 평화였다. 탐리엘에 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야욕이 꺾인 것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의 계획을 가로막는 자들 뿐만 아니라 그 위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이 땅에 저주를 걸었다. 그는 자신의 좀비 군단을 이 땅 전역에 심고, 수백 마일 떨어진 마법사 길드까지 쳐들어가도록 그 수를 늘려갔다. 알겠지만 좀비 군단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좀비들, 정확히는 루미루아에게 당해 죽은 자들은 다시 루미루아로 소생하여 마법사 길드로의 침략 군단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그 이야기이다. 원한다면 전설이라고 불러도 좋다. 다른 모든 전설들이 그러하듯이 사람들이 혹하고 떠벌리게 할 만한 과장된 헛소리와 더불어 충분한 진실도 함께 담고 있다. 아마도 그 괴물들은 처음에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좀비 군단에 대한 이야기를 스카이림 국경 바로 밖에서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대충 흘러 넘겼었다. 놈들이 내 집 벽을 찢어발기고 쳐들어오기 전까지는.


그 썩는 악취가 코를 찔렀을 때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그리고는 그 소리,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다음으로는 멀리서 귀를 찢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집과 가까운 이웃 농가 야롭슨의 목소리였다. 나중에 그들이 전부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글쎄, 어쩌면 '죽었다'는 표현은 좀 어폐가 있겠다. 내 아내의 얼굴을 먹어치운 것은 다름아닌 마키아 야롭슨이었으니까. 신들 따위 전부 지옥에나 떨어지라지. 죽기 직전 마지막 몇분 동안, 내가 구해줄 거라 믿으며 날 바라보던 아내의 눈동자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잠깐만... 시간이 좀 필요하다.


이제 됐다. 말했다시피 우리는 저녁식사 중이었다. 나는 아들 둘과 딸아이과 함께 탁자에 앉아 있었다. 14살 된 토마스, 13살 된 그레고리, 11살 된 메건. 클로버는 탁자 아래 내 발치에서 간식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멜리아가 막 음식을 탁자로 갖고 왔다. 우리는 처음에는 그 악취가 음식에서 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 나를 지탱하는 것은 그 기억이다. 우리 다섯은 함께 앉아 농담하며 웃고 있었다. 서로가 함께 있어서 우리는 행복했다. 그 순간은 금새 깨어지고, 악취가 순식간에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해졌을 때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가족들에게 막 경고하려던 순간 첫번째 비명이 들려왔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들을 여기에 세세히 기록하기는 어렵다. 그 고통이 아직도 내게는 너무나 생생하다. 하지만 요약해서 옮겨놓도록 하겠다.


나는 내 검을 뽑아들었다. 내게는 검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들 녀석들은 정원 도구를 집어들고 방어태세를 갖췄다. 그리고 한밤중의 암흑으로 우리는 나아갔다. 위험요소를 찾아 우리 집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꺼져가는 저녁빛 가운데 나는 집 밭의 저끝에서 이웃집 아내인 콘스탄스를 보았다. 그녀는 공격자들 무리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며 우리집으로 탈출하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왜 집 밖으로 나와 있는지, 남편인 마키아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아들들에게 문에서 기다리라고 말하고 밭으로 뛰어갔다. 옆에는 클로버가 함께 있었다. 콘스탄스가 공격자들에게 둘러싸여 땅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순간에, 나는 놈들의 정체를 깨닫지 못한 채 가장 가까이 있는 놈에게 달려들어 나머지를 저지하면서 마키아가 오기를 기다리려 했다. 그리고는 바로 그때 놈들이 그녀의 옷가지뿐만이 아니라 살점까지 갈기갈기 찢는 것을 보았다. 내가 반쯤 다가갔을 때 놈들은 그녀의 배를 파헤쳐 내장을 꺼내고 있었다. 이제는 자주 들어 익숙해졌지만, 그 당시에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처참한 비명이 그녀의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공포에 질려 몸이 굳었다. 놈들 중 몇은 그녀의 내장을 먹기 시작했고, 다른 놈들은 그저 지켜보며 그 광경을 즐기는 듯했다.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공격자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몇놈은 그저 평범해 보였지만, 몇몇은 몸의 일부가 없어져 있었다. 내장을 몸밖으로 드러낸 놈들도 있었다. 몇몇은 마치 무덤을 파헤치고 나와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처럼 보였다. 팔다리가 있어야 할 곳에 썩어 문드러진 살점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눈동자가 있어야 할 곳이 텅 빈 채 뚫려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선 자리에서 바지와 부츠에 온통 구토물을 튀기며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 처참한 광경은 제정신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앞이 보이지 않는 고통뿐이었다.


클로버는 왈왈 짖고 으르렁거렸다. 그리고는 내가 잡으려 했던 가장 가까이 있는 놈에게 달려들었지만 옆으로 튕겨져 나가 버렸다. 그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지는 못했지만, 처절하게 깨갱거리는 소리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좋은 개였다. 강아지 때부터 키우지 않으면 그렇게 충성스러운 개가 될 수 없다. 녀석을 대신할 만한 개를 키우려면 많은 수고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마침내 뒤돌아서 집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들들은 낫을 든 채 문밖에 서 있었다. 나는 콘스탄스가 비명을 지르며 우리집 밀밭에 피를 흩뿌리게 내버려두었다. 클로버도 마찬가지로 두고 왔다. 아무런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내게는 우리 가족 생각밖에 없었다. 아들들에게 집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전부 걸어 잠그라고 명령했다. 문이 닫히고 내려진 채 잠겨졌다. 바리케이드도 설치되었다. 나는 가족들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하려고 애썼지만 아마 별 소용은 없었을 것이다. 나부터도 그 상황에 대해 대체 뭘 알고 있었던가? 아멜리아는 내 부츠에 묻은 신내나는 토자국을 보고 있었다. 아내는 위험에 대해 깨닫고는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내에게 메건과 함께 윗층에 가 숨어 있으라고 말했다. 내딴에는 설령 나와 아들들이 방어에 실패하더라도 문의 자물쇠와 바리케이드가 소용이 있다면 윗층은 무사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면 창문으로 탈출해서 현관 기둥을 타고 내려와 밖으로 도망치면 되는 것이다. 아내는 가족 모두가 창고에 숨기를 원했다. 나는 나름대로 우리 집을 지킬 셈이었다. 집 자체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 안에 있는 것들이 내게는 전부였다. 그때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가장이라는 자부심이 생각을 명료하게 만들어 주었다. 공포도 마찬가지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아멜리아의 말대로 따랐다면 아직도 가족들이 다 살아있지는 않았을까 하고 궁금해진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멜리아, 얼굴 절반을 잃고 만 아멜리아.


당시에는 분명 영웅적인 전투로 느껴졌었다. 아들들과 나는 집을 지키고 있다. 아내와 딸은 윗층에서 안전하다. 나는 머저리였다. 놈들이 집안으로 쳐들어오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는 모른다. 아마 몇분밖에 안될 것이다. 놈들은 집을 포위하고는 문과 창문을 두드리며 단단한 나무문과 철제 걸쇠를 부수려 했다. 머리 끝까지 차오른 내 분노와 혈기는 창문을 부수고 들어온 첫번째 팔을 보자 그대로 방출되었다. 나는 그 팔을 팔꿈치째 깨끗이 절단해 버렸지만 침입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아들들의 눈이 공포로 크게 벌어졌다. 갑자기 사방천지가 온통 팔로 가득했다. 여기저기 뻗어대며 손에 닥치는 대로 잡아뜯고 있었다. 검도, 낫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사지와 피와 살점이 온곳에 흩뿌려져 바닥을 물들였다. 그래도 여전히 놈들은 밀려들어왔다. 놈들을 멈추게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부질없는 노력임을 깨닫고는 후퇴해서 집을 포기하려 했다. 바로 그때 놈들이 그레고리를, 내 둘째 아들을 붙잡았다. 녀석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뒤돌아 보니 공격자 두 놈이 아이의 머리를 잡아 어깨에서 뜯어내고 있었다. 나는 멍해졌다. 그 자리에 서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머리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시 반응한 것은 아멜리아였다. 아내는 계단 꼭대기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달려 내려와 믿기 어려운 속도로 방을 가로질러 뛰어가더니, 창문에 기댄 두 언데드 놈들에게서 그레고리의 머리를 낚아채 이미 생명이 꺼진 아이의 몸에 붙여보려 했다. 어이없는 시도 같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못하는 나보다는 나았다.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선 채 공포가 내 주위를 잠식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그레고리에게 괜찮을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내의 등 너머에서 손들이 뻗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마키아의 손이었다. 그는 죽어 있었다. 눈 한 쪽은 어디로 갔는지 없어져 있고, 입에서는 침이 한 줄 질질 흐르고 있었다. 그의 손 하나가 아내의 입으로 향하더니, 한손에 움켜쥐고는 비인간적인 힘으로 그것을 확 잡아뜯어내 버렸다.


아내의 얼굴 반쪽이 벗겨지고 뼈가 드러난 순간, 마침내 마비가 풀렸다. 나는 그녀에게 달려가 그 썩어 문드러진 침입자들에게서 아내의 몸을 끌어내었다. 놈들 중 하나는 바로 우리 이웃이었다. 기가 막히지 않는가. 나는 그가 송아지를 받아내는 것을 도운 적도 있었는데. 그랬던 사람이 이제는 내 아내의 아름다운 얼굴 거죽과 머리카락을 입으로 가져가서 잘근잘근 씹어먹고 있는 것이다. 나는 토마스에게 따라오라고 소리치며 아내를 윗층으로 옮겼다. 그레고리는 어떻게 되었냐고 토마스가 물었지만, 그 질문에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멜리아를 거실에서 다시 침실로 옮겼던 것, 토마스와 메간은 바로 뒤에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나의 남은 두 아이들이 숨이 꺼져가는 엄마를 돌보는 동안 내가 문을 잠그고 바리케이트를 치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 이제 어떡해? 하고 토마스가 울부짖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나는 아내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나를 올려다 보았지만 정말로 나를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강렬했고, 무언가를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아마 내 바람에서 한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말했다시피 아내는 피를 흘리며 빠르게 숨이 꺼져가고 있었다. 유언같은 것은 없었다. "사랑해" 같은 말도 없었다. 그저 기침과 그르륵거리는 피와 식식거리는 숨결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비쳤던 모습. 그러다 문득 보자 그녀는 떠나 있었다. 그렇게 그냥 가버렸다. 숨을 내쉬더니, 다시 들이쉬지 않았다. 메건이 울기 시작했다. 토마스가 어떻게 해야 할지 나를 쳐다보는데, 난 또다시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아내는 내 눈앞에서 바닥에 누운 채 죽었다. 둘째 아들은 아랫층에서 목이 뽑혀 죽었다. 내게는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그때 놈들이 다시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나는 다급히 길에서 쓸 이런저런 물건들을 모으며 탈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놈들은 문짝을 잡아뜯기 시작했고, 나는 옷장을 밀어붙이며 아이들에게 내가 챙기려 했던 물건들을 집고 창문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쳤다. 바로 그때 아멜리아가 깨어났다. 물론 더이상 아멜리아가 아니었지만, 난 그것을 몰랐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나는 행복했다. 내가 잘못 알았구나. 아내는 죽은 게 아니었어. 그러다 그녀가 메건을 붙잡고는 가죽이 벗겨진 그 얼굴을 목에 박고 딸아이를 씹어먹기 시작했다. 이빨로 메건의 살을 크게 물어뜯고 머리를 뒤로 거칠게 홱 쳐들더니, 힘줄과 살점과 경동맥을 갈기갈기 찢어냈다. 믿기 어려운 그 힘으로 온 사방에 피가 튀었다. 토마스가 그것을 온몸에 뒤집어썼다. 나는 "안돼!" 하는 비명을 질렀다. 내 눈에 비치는 광경은 그게 전부였다. 반복해서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하는 채로.


내가 아멜리아에게서 메건을 끌어내자 아내는 내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토마스의 팔에 메건을 던져주며 물러서 있으라 말했지만, 물론 그것은 끔찍한 충고였다. 나는 아내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그녀의 눈을 보자 그곳에는 더이상 아내가 없음을 알았다. 오직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사악한 증오만 있을 뿐 텅 비어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다. 토마스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검을 뽑아 그녀의 머리를 내리쳐, 거죽이 남은 반과 그렇지 않은 반으로 갈랐다. 토마스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자리에 선 채 숨을 헐떡거리며 토마스에게 얼굴을 돌리자, 그 순간 문을 부수고 나온 손들이 아들을 잡아채고 있었다. 아이는 메건을 놓치고 부서진 문밖으로 끌려가며 비명을 질렀다. 아들을 따라 복도로 달려나가자 어느새 거실은 온통 언데드로 가득차 있었다. 놈들이 아들을 산 채로 먹어치우는 소리가 들렸다. 살려달라며 외치는 아이의 비명이 마치 영겁처럼 느껴졌다. 아빠. 그 말은 내가 죽을 때까지 나를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아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비명을 듣고서도 이 아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비명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아이가 처음으로 아빠라는 말을 배웠을 때가 떠오른다. 내가 살면서 들은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는데. 하지만 이제 그 소리는 악몽으로 변해버렸다.


나는 눈을 내려 메건이 누워있는 바닥을 보았다. 딸아이 역시 죽어 있었다. 아이가 내 발치에 누워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을 나는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나는 토마스가 아빠를 부르는 비명 소리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메건을 두 팔에 안고, 놈들이 나까지 데려가 주기를 바랐다. 얼마나 간절하게 그것을 원했는지 모른다. 나는 내가 왜 그 대신 창문 밖으로 나가 땅에 내려 도망을 쳤는지 나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도망쳤다. 모든 기억이 희미하다. 이틀 뒤 화이트런 바로 외곽에 있는 내 동생 이삭의 집에서 눈을 뜰 때까지 정말로 다른 아무런 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동생이 사는 작은 마을까지는 꼬박 며칠이 걸리는 길이니 아마 하루종일 내내 달렸을 것이다. 동생은 내가 도착했을 때 탈수 상태에다 피를 뒤집어쓰고 정신이 나가 헛소리를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말해주고 정신을 잃었다. 동생은 직접 내 농장으로 가서 상태를 확인하고는 망연자실했던 모양이다. 다시 정신이 든 뒤 동생에게 질문을 했지만 녀석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는 그저 내가 말했던 그대로더라는 말만 해주었다. 동생은 마을의 모든 남자들을 모아 집에서 모임을 열었다. 내가 동생에게 말해준 모든 세부사항이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동안 나는 그저 앉아서 듣기만 하고 있었다. 그들 중 많은 이가 직접 그 소름끼치는 잔해를 목격했다. 아마 그 사태를 조사한 건 동생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욘슨 루시오라는 남자가 루미루아라 불리는 그것들에 대해 많은 세부정보를 채워주었다. 그는 켈도르라는 이름의 낯선 여행자와 야영을 하면서 어느날 밤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와 경고를 전해들었다고 한다. 켈도르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다 알고 있었는지, 마법사 길드로 향하는 놈들의 행진에 대해서는 무엇을 알고 있는지 나로서는 아는 게 없다. 그 문제에 있어서는 루시오도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그저 루미루아에 대해서는 루시오가 말해준 대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무언가 틀린 점이 있다면 그의 탓이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기와 병력을 모아 놈들을 파괴해야 한다는 데 모두가 뜻을 모았다. 이 일지를 적는 지금에 와서는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소리였는지를 안다. 하지만 그 방은 두려움이 있더라도 허세로 숨기고 온통 사내다움을 뽐내고 싶어하는 노드 남자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알코올도 그것을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를 신경쓸 만한 여력 없이 멍한 상태였다.


이것을 이해해야 한다. 루미루아는 이미 그 마을을 지나갔다. 놈들은 북쪽, 아마도 마법사 길드를 향하고 있으며, 이제 막 내 땅을 지나간 참이었다. 이 마을은 서쪽으로 수 마일 떨어진 곳에 있으니 어쨌건 일단은 안전한 상태였다.


우리는 다음날 놈들의 흔적을 되짚어 추격을 시작했다. 동생의 아내인 사라는 가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동생은 가족의 복수를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수가 내게 보인 표정이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오랜 여행 끝에 우리는 북으로 30마일 떨어진 다음 마을에서 놈들을 발견했다. 거대한 참살이 일어났고, 일부는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부분은 그저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내가 직접 겪은 바에 따르면 내 상상으로도 충분하리라고 믿는다.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우리 집에서 있었던 놈들의 습격에 대해 세부사항을 꼼꼼히 기록할 참이었지만 이제 깨닫고 보니 그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대부분은 곧바로 다시 일어나 놈들의 언데드 군단에 합류했다. 더 많은 피가 흐르고, 더 많은 내장과 비명과 흐느낌이 이어졌다. 아마도 영원히 끝지 않을 것처럼. 사람들은 상처가 무의미한 적을 상대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무리 치명적인 타격을 가해도 루미루아는 그것에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 놈들은 결코 멈추지 않고, 지치는 일도 없다. 그들은 행진하고 모든 걸 집어삼킨다. 그리고 놈들에게 저항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놈들의 수는 더욱 불어난다.


나는 내 동생이 놈들에게 먹히는 것을 보았다. 녀석은 나를 구하다가 죽었다. 병사 흉내나 내는 우리의 조촐한 무리는 놈들의 상대도 되지 않았다. 동생과 나는 후퇴하려고 했지만, 구석에 몰린 채 루미루아들이 덮쳐왔다.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놈들에게 당할 운명이었다. 그때 이삭이 내 앞으로 뛰어와 나를 밀쳐냈다. 동생은 두려움 없이 내 눈을 들여다보며 생애 마지막 말을 남겼다. "도망쳐, 형." 그리고 놈들이 그를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그의 죽음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 나를 더욱 슬프게 한다. 설령 내가 죽어가는 상태가 아니라 해도 나를 구할 만한 가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게 남아있는 유일한 가치는 내 가족들이 죽을 때 함께 죽었다. 그나마 남은 부분도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나는 놈들에게 물렸다. 그리고 내 팔에 감염된 검은 줄들이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물린 것만으로도 사람이 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죽어야만 루미루아가 되는 것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다. 마법사 길드로 향하는 놈들의 행진에 나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어쩔 도리가 없는 한이 아닌 이상은.


내가 메건과 토마스도 보았노라고 말해둬야겠다. 이삭이 죽기 전의 일이었다. 아이들은 이미 예전의 모습을 잃은 채 무미건조하게 마을 사람들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이삭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아이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동생은 그게 내가 직접 해야만 하는 일이었음을 알았다. 나는 아이들의 머리를 잘라냈다. 그것이 바로 놈들을 상대하는 방법이다. 배를 쑤시거나 사지를 베어내고 하는 것은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 머리를 잘라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불쌍한 아멜리아의 머리를 잘라내면서 우연히 알아낸 방법이다. 그리고 목이 뽑힌 그레고리가 루미루아가 되지 않은 당연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싸움은 이제 끝났다. 마을 사람들은 전부 죽었다. 루미루아의 무리는 2배로 늘어났고, 다시금 마법사 길드로 향하고 있다. 나는 시신 몇구 아래 죽은 척 누워있은 덕에 다른 자들과 달리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집으로 갈 것이다. 그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나는 메건과 토마스의 시체를 수레에 담아 감염이 날 집어삼키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직도 몇마일이 남아 있다. 아멜리아와 그레고리가 아직 집에 남아있기를 바란다. 집에 도착하고 나면 우리 가족은 다시 하나가 될 것이고, 나는 집과 나, 가족의 몸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 몸에 불을 붙일 것이다. 우리의 죽음은 평화와 안식이 되리라. 불이 나를 정화시키고 내 죄를 씻어주기를, 이것만이 내게 남은 유일한 바람이다. 내가 죽고 나서도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내 온몸이 활활 불타 재로 사라지기를 기도한다.


아이들의 시신을 메고 집으로 돌아가다 보니 문득 생각난다. 아멜리아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창고에 숨어 있었어야 했다.


이것이 여행길을 떠나기 전 마지막 휴식이다. 나는 화이트런에 있는 오래되고 버려진 한 신전 안에 있다. 지난 몇시간 동안 여기에 앉아 내 남은 힘을 긁어모아 그동안의 일을 적어나가는 중이다. 나는 부서진 십자가의 그림자 속에서 암흑과 먼지에 내 죄를 고백했다. 나는 용서를 바라지 않는다. 제단 앞에 이 일지를 남기고 나는 떠날 것이다. 누군가가 이것을 발견하고 홀로 남은 제수에게 가져다 주기를 바란다.



사라, 당신 남편의 일은 미안합니다. 내 동생 이삭. 그는 진실로 고결한 남자였고 그렇게 죽으면 안되는 사람이었어요. 특히 나 때문에 그리 되어서는 안되었습니다. 나는 내게 소중했던 것들을 모두 지키지 못했고, 이제 지옥문에 발을 들일 일만 남았다는 것을 압니다. 만약 당신이 다음 생에 우리 가족과 만날 일이 있다면, 내가 미안해 하더라고 전해주십시오. 내가 너무나 사랑했노라고, 보고 싶노라고 꼭 전해주십시오. 우리 가족이 지금은 훨씬 더 나은 곳, 부디 내가 갈 곳보다는 더 나은 곳에 있기를 빕니다.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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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림의 언데드는 뱀파이어와 해골만 남은 드로거가 있지만 일반적인 좀비같은 존재는 없습니다. 언데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좀비가 대표적이다보니 그걸 추가시켜주는 모드도 있는데 Sands of Time도 그중 하나입니다. 루미루아는 워킹데드 좀비와 설정이 비슷한 것 같네요. 가족을 눈앞에서 한꺼번에 잃어야 했던 아버지가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