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림 번역보관소

[스포일러 주의]




챔피언 탐사에 대한 기록, 제1권


선지자 랭글리






나는 어릴적부터 예지 능력을 갖고 있었다. 

6살 때 나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우리 소들을 학살하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의 악몽을 꾸었다.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깬 뒤에도 그 진득하고 비릿한 금속성의 피내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날 데리고 밖에 나가 우리 가축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소들은 여전히 대지를 밟고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가족들의 호들갑스러운 위로를 받으며 침대로 다시 눕혀졌다.





일주일쯤 지난 뒤 이른 아침에, 아버지는 우리 가축들이 모조리 학살당한 것을 발견했다. 

간밤에 거대한 늑대 한 무리의 습격을 받았던 것이다. 밭 전체가 소 피로 뒤덮여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금새 나의 꿈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그후로 오랜 세월 동안 내 능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세부사항은 종종 안개가 낀 듯 흐릿했지만 일단 내가 예지를 통해 본 것은 거의 대부분이 실제로 일어나곤 했다... 

내가 중간에 개입해서 막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년에 걸쳐 나는 숱한 환영들을 보아왔다. 

그중에 유독 악몽같은 환영 하나가 집요하게 날 괴롭히고 있는데, 그 꿈 속에서 나는 한 젊은 사내가 된다. 

그 악몽 속에 등장하는 또다른 악마는 걸음걸이마다 비통함과 슬픔, 고통을 초래하기에 이름을 '파멸의 도래자'라 지었다. 

나는 내 남은 생을 꿈 속의 악마를 물리칠 그 젊은이를 찾는 데 바치기로 결정했다.





파멸의 도래자


꿈 속에서 그 증오에 찬 그림자와 같은 형체는 이 땅을 휘저으며 모든 것을 산산조각낸다.

나는 탐리엘이 처참한 폐허로 화하는 모습을 본다. 수천의 무고한 목숨이 파괴되는 것을 본다. 

고통에 찬 비명과 아이들의 흐느낌, 더이상 개입할 여지 없는 신들을 향한 절망적인 기도를 듣는다. 

이는 단순한 악몽이 아닌 예지몽... 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일들이다! 

이 파멸의 화신이 도래할 때까지 과연 시간이 얼마나 남은 것일까?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 일을 막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뿐이다. 그가 살아있는 한 아직 희망은 있다.






챔피언


꿈 속에서 나는 그 누구와도 다른 챔피언을 본다. 챔피언은 놀랍게도 카짓이다. 

그는 태어난 첫 해에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고, 그후로도 성공적으로 위기를 모면해 왔다. 

그는 대담하고 맹렬한 동시에 자상하고 충직하다. 

모든 카짓이 그러하듯이 그의 외양도 출생의 순간 달들에 의해 결정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아주 극히 희귀한 천상의 축복을 받았다. 

하늘은 그에게 파란 빛의 털색과 강력한 힘, 날카로운 눈을 선사했고, 내 예지에 따르면 파멸의 도래자를 파괴할 바로 그 능력을 불어넣었다. 

너무 늦기 전에 그 챔피언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성과


그 어느 때보다도 파멸의 꿈이 빈번한 것이 우려되지만 그동안 탐사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한 여행자의 일지에서 챔피언의 출생지에 대한 기록을 찾아냈다. 

카짓들의 고향 땅에 위치한 작은 마을, 문명 세계에서 완전히 유리된 외딴 곳이다. 

그곳의 민간 전승에서 파란 털을 지닌 카짓의 출생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00년에 한 번씩 달이 불길한 흉조일 때 그러한 파란 아이가 출현한다고 한다. 

그리고 출생 후 몇주가 지나 털이 파란빛으로 변하자마자 그 신생아는 피에 굶주린 광신도들의 희생양이 된다!



내 예지에 등장하는 챔피언은 어떠한 연유로 그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나게 된 것 같다. 

어쩌면 가족들이 그를 빼돌렸을지도 모른다. 

이제 엘스웨어로 가서 그 마을 근방의 모든 거주지를 샅샅이 방문해볼 참이다. 운이 따라주기를 바란다.





챔피언의 이름


이니고! 그의 이름은 이니고였다! 수개월의 여행 끝에 내 탐사는 리버홀드 마을에 당도했다. 

사람들 말로는 그곳에 파란 카짓이 하나 있었는데 수년 전 모험을 떠났다고 한다. 

그와 그의 형은 고아원에 버려졌다가 그 지역 부부에게 입양되었다고 한다. 

모두 다 오래 전 일이니 이니고와 그의 형은 지금쯤이면 성인 남자로 자랐을 것이다. 

아아, 그의 부모 또한 최근에 행상단과 함께 마을을 떠났다고 하니. 

그들을 찾아야겠다. 그들의 흔적을 좇아 아들의 행방을 아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듣자하니 그 양부모는 좀 이상하긴 하지만 좋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분명 있는 힘껏 나를 도와줄 것이다. 

이니고의 형 이름은 퍼거스이고 양어머니 이름은 레아라고 한다. 

희한하게도 다른 가족과 달리 아르고니안인 양아버지 이름은 다빈치라고 한다.





비극


오늘 아침 내가 좇던 행상단을 발견했는데, 시체 무더기만 남아 있었다. 

아무래도 산적에게 약탈을 당한 모양이다. 행상단의 모든 인원이 죽어 있었다. 빌어먹을 산적놈들! 

그래도 그 인간쓰레기들도 어느정도 대가는 치룬 모양이다. 습격 중에 놈들도 최소한 16명은 죽은 것 같다. 

시체 속에서 레아와 다빈치를 발견했을 때 나는 오열했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이마와 이마를 맞대고 죽어 있었다. 

가엾은 이니고와 퍼거스 형제는 아직 그들에게 닥친 이 비극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둘이 함께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도로변에서 다빈치의 일지를 발견했다. 

일지는 페이지마다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넘치는 사랑으로 가득했다. 

어디 한적한 곳을 찾아 무덤을 파고, 이 용감한 부부가 까마귀와 쥐에게 훼손당하는 일 없이 편히 잠들도록 해야겠다.


내생에는 부디 평화와 안식을 찾고, 맞잡은 그 손이 영원히 함께하기를.






챔피언은 이니고


꿈 속의 챔피언은 이니고라고 확신한다. 

리버홀드로 돌아가서 레아와 다빈치의 죽음을 알리자 마을 사람들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그들은 이니고와 퍼거스의 행방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지만, 들리는 풍문으로는 그 형제는 살아있는 것 같다. 

양부모의 시신을 발견하고 장례를 치뤄준 이야기를 전해주자, 마을 사람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니고의 과거사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듣자하니 그 형제는 십대 시절 이곳의 영웅이었던 모양이다. 

한때 마을이 거대한 왕거미떼로 뒤덮여 세 사람의 희생자를 냈는데, 모두들 집 안에서 웅크려 떨고 있을 동안 

그 어린 형제와 부모가 나서서 우글거리는 벌레떼를 손쉽게 청소해 버렸다고 한다. 다빈치의 일지가 이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그 가운데서도 이니고가 선두에 서서 싱글벙글 웃으며 혼자 힘으로 그 괴물들을 15마리나 쳐죽였다고 하니! 

어서 빨리 그를 만나보고 싶다. 현재 내가 아는 것은 그와 퍼거스 형제가 시로딜로 향했다는 것뿐이다. 

이제 그 길로 향해서 내 운을 시험해 보아야겠다.







-------------------


마지막 일러스트에는 아마도 눈물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파멸의 도래자의 정체는 버전 3에서 밝혀진다고 합니다.